발리
2025년이 되어야 다시 온다고 하는, 열흘이 넘는 긴 추석 연휴… 다들 즐겁게 보냈나요? 지난 치열했던 여름… 휴가도 반납한 터라 보상 심리도 생기고 해서 발리에 다녀왔습니다. 화산 폭발이네 뭐네 말들이 많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어디 한 곳 우리 마음처럼 안전하고 맘에 꼭 드는 곳이 있을까요? 뭐,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결국 계획대로 발리에 잘 다녀왔고 아무 일 없었기에 이렇게 앉아 이번 발리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워낙에 긴 휴가라 많은 사람들이 일찌감치 준비 했나 봅니다. 이미 1년 전에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다고 하더군요. 비행기, 리조트 예약하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1년 전에 예약이 모두 완료되었다는 사실… 사람들의 부지런함에 많이 놀랐습니다.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찐내가 지겨웠던 것일까요? 조금 더 먼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발리행을 동하게 했을까요? 우리들의 평소 모습은 어떻습니까?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도로에서… 그렇게 멍하니 치열하고, 가득 찬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서더니 다시 2층에서 내립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비집고 들어오는 무례한 행동들은 이제 너무 익숙해져 무덤덤하죠. 식사때가 한참 지난 시간에도 사람들은 식당에 모두 그득하게 앉아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각자의 섭취 행위를 합니다. 또 그 모습을 지켜보며 식당 앞에 줄을 늘어 서기도 하고요.
일상에 늘어선 질리는 모습들과 숨 막히는 환경 … 바람의 노래에 실린 향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래서 나는 나긋 나긋한 바람의 노래에 향기가 실려오는 발리로 갑니다.
특별한
발리가 주는 느낌은 여타의 동남아 휴양, 여행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요. 뭔가 특별한 발리만의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에 놀던 동네에 대한 추억 같은 그런 향수가 느껴지는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딱히 동네가 주는 이미지에서 오는 느낌이 아니라… 분위기가 주는 유년기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의 발리. 나긋나긋 한 바람의 노래에 실려오는 꽃내, 향내가 사람을 한없이 여유롭고 평화롭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이유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발리를 찾게 되는 모양입니다.
완전히 특별한 발리 만의 여유. 바로 이런 바람의 느낌입니다. 바람의 노래에 실려오는 프란지파니의 향기가 느껴지나요?
점점더 모던한 이미지로 변하고 있는 덴파사 공항. 발리에 도착한것을 실감나게 해주는군요. I am in Bali.
여유
자신의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 년에 두 번 정도 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은 발리. 돈도 좀 벌어야 한단다.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넉넉하게 즐기기 적당합니다. 패키지 여행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알맞은 숙소를 정하고 떠나기만 하면 되지요. 리조트에서 한없이 늘어지는 한가함을 누려보세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완전하게 릴랙스하는 겁니다.
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 약 20:00 정도.
이동과 입국 절차에 따른 자잘한 스트레스에 지친 여행객을 아름다운 비주얼로 반겨주는 트랜스 리조트입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룸에서 바라보는 리조트의 모습도 드라마틱 하고요.
퀸 사이즈 침대 둘 그리고 아이 침대, 두 개의 욕조와 넉넉한 건식 화장실. 여유로운 공간이 우리의 발리행을 더욱 여유롭게 만들어주는군요.
원래 트랜스 리조트의 모든 어메니티가 아쿠아 디 파르마 제품이었는데… 브랜드가 바뀌었더군요? 은은한 아로마향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잔잔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아이팟 dock도 준비되어 있죠.
날이 밝은 트랜스 리조트의 비주얼은 여유와 낭만이 넘칩니다.
향기로운 나긋한 바람이 솔솔 부는 리조트의 내부도 여유로움이 가득하고요.
아이가 있다면 호주산 하얀색 모래가 깔려있는 트랜스 리조트의 풀은 최고의 선택이 됩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까요.
치유
리조트에서의 한없는 여유가 조금 지겹다 싶으면 부담 없이, 동네 마실 가듯 골목골목 시내나 시장 등등을 누벼보세요. 재미가 쏠쏠합니다. 곳곳에서 날아오는 바람의 향기는 나를 치유하고 사람들의 선한 미소는 타지에서 느낄 수도 있는 두려움을 상쇄시켜줍니다. 비로소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다시’ 정겹게 들려오죠.
끝없는 여유와 한가로움이 여행의 목적이라면 리조트 내에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트랜스 리조트의 시저 샐러드와 똠양은 엄청 별로였다는;;;
긴장하지 말고 그냥 거리로 나와 터벅터벅 걷거나 하루에 우리 돈으로 1만 원 정도면 빌릴 수 있는 스쿠터를 빌려 마음대로 돌아다녀 보세요. 발리의 로컬 상점들은 대부분 오후 5:00면 문을 닫기 때문에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녀야지 안 그럼 여유를 즐기는 게 아니라 부지런히 다녀야 합니다. 쿠타, 스미냑, 우붓, 스미냑 뭐 이 정도 돌아다녀 보면 됩니다. 여기를 여행 일정 동안 모두 돌아 다닌다면 너무 피곤하니 그냥 한 곳 정해서 천천히 구경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도 좀 나누고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느긋하니… 그냥 마실 이나 다니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이번 발리행은 그냥 스미냑에서 뭉겔(?) 심산으로 리조트도 잡았겠다 며칠을 그냥 게으름 피우며 돌아다니는데 참 즐겁더군요.
굳이 바깥에 나돌아 다니지 않더라도 리조트 내에서 이런저런 발리만의 특색 있는 상품들과 공연 등등을 볼 수 있지만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나가 놀아도 좋습니다.
나가서 놀기. 이번에는 스쿠터를 빌리지 않고 그냥 유모차 미는 뚜벅이 모드.
로컬 샵들은 보다 부지런을 떨어야 하니 참고하세요
터벅터벅 걷다 거리의 로컬 푸드를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엄청 싸고 비교적 맛있습니다.
이름도 잊고, 이 친구가 해준 음식 이름도 잊었는데… ㅋ 연신 “수원, 한국 사장님 나빠요”라고 이야기하던 친구라… 기억에 남는군요.
술 한잔하고 가라며 반겨주는 발리 사람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엄청 즐겁습니다. 말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데 엄청 재밌어요. ;;;
관광객들도 모두 프렌들리 해서 더욱 즐겁죠. 뒤의 편의점같이 생긴 곳은 코코마트. 다양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주로 마시는 술 아락. 토닉이나 주스에 섞어마시면 맛있답니다. 편의점 같은 데서는 구하지 못하고 로컬 재래시장 등에서 찾으면 쉽게 보입니다.
발리만의 특색이 넘치는 발리의 거리;;;
정말 엄청 많은 페인팅 샵. 특이한 점은 그림이 대부분 별로라는 점;;;;
발리는 차량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오토바이가 일반화되었는데요. 요즘은 더욱 많은 오토바이가 보급된 모양입니다.
차량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올드카들도 많이 보입니다. 무려 폭스바겐 타입 181. 후덜덜 저게 엄청 많이 돌아다녀요;;
다양한 분위기의 골목들. 골목의 이미지가 아닌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 유년기 여유로운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저를 기다릴 분들을 위해 젬베를 선물합니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
젬베 10원도 안 깍아주고 다른데가서 사라며 큰소리 치던 아주머니… 다른데 들러보고 다시 찾은 저를 보고 쌤통이라는 듯 크게 웃더군요. ㅋㅋ 복수로 포즈 좀 취해달라 하니 흔쾌히 OK.
발리의 대부분의 식당에선 저녁이 되면 라이브 공연을 한답니다. 큰 즐거움이죠.
벽 틈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귀여운 도마뱀. 엄청 빨라서 만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준비
다시 ‘여유롭게’, ‘즐기며’ 먹을 의욕이 생긴다면 복귀할 시간이 되었다는 의미. 사실 발리의 고급 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의 맛은 비주얼만큼 훌륭하진 않죠. 이게 타지인이 느끼는 현지 음식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 만은 아닙니다. 보통 처음 발리를 가게 되는 사람들이나 재방문의 텀이 긴 사람들은 해산물 바베큐 등에 기대를 하게 되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본 맛집들의 요리에 기대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만 맛은 별로입니다. 그저 분위기가 주는 여유로움에 취하는 것이라 할까요?
호텔방에서 버거킹이나 먹는게 최고긴 한데… ㅋ
뭐, 저 혼자 같으면 조식은 호텔 뷔페로 대충 때우고 딩굴거리면서 맥주와 햄버거나 먹으면 되겠는데… 함께하는 가족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으니 언제나 발리에 오면 비슷한 음식들을 다시 찾게 됩니다. 아니…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을 찾게 된다고 말하는 게 맞겠군요. 사실 발리에선 해산물 요리보다는 스테이크나, 립 종류의 요리가 좋습니다. 해산물은 한국에서 즐기는 게 훨씬 낫죠. 맥주, 빈땅은 진리니 100리터 정도는 마셔주는 게 좋고요. 한끼에 1, 2천 원이면 해결되는 로컬 푸드를 먹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엄청 즐겁습니다. 참고하세요.
분위기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식사를 즐겨보는 겁니다.
검색만 하면 우르르 나오는 발리 맛집을 돌아다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어딜 가나 분위기는 매우 훌륭하니까요. 한 끼에 3,4인 기준 8만 원 정도 예상하면 됩니다. 쿠타에 위치한 메티스라는 갤러리 레스토랑은 이번에 처음 가봤는데 분위기가 단연 일품입니다. 스미냑에서 가까운 곳으로는 비스트로, 삼발 쉬림프 정도가 있겠습니다.
스타벅스를 찾게 되는 것 보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된 듯.
집으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기만 했어도 일주일간의 여정은 번개처럼 지나갑니다. 휘리릭~ 아쉬움보다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충전을 모두 마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죠. 수개월 후 다시 발리를 찾게 될까요? ‘이번엔 다른 곳으로 가볼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어김없이 다시 발리를 찾게 됩니다. 일상에선 도저히 여유를 찾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답답하다가도… 발리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위안으로 마무리 되죠.
집으로 일상으로
평소 다이너스 카드 등으로 돈을 마구 쓰고 돌아다니면 해외 여행시 공항의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상당한 퀄리티의 술, 음식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답니다. 막바지 호강?
바람의 노래에 실려 날아오는 발리의 향기를 가슴에 담은 나는 지금 사무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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