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안경
그래… 한 10년 훨씬 넘었나 보다 동그란 안경 만 써온지도.
페북타임라인을 쭉 보다가 우연히 눈에 띈 사가와후지이 안경… 그러고 보니 한 십 년도 훨씬 넘은 것 같아요.
사실 … 동그란 안경이 멋지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가? 뭐 그 정도 시절이었어요. 아버지의 레코드 진열장에서 빌에반스의 앨범을 꺼내들고 한참을 봤네요. 앨범 커버 속 빌에반스가 안경을 쓰고 똑바로 날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너무 -강렬한 회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러고는 재즈류의 음악과는 상반되는 거친 음악만을 파고들었어요. 재밌군요. 더구나 한참이 지난 나중에 알고 보니 중학교 시절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빌에반스의 앨범 속 안경은 동그란 안경도 아니었고 말이죠.
오래전 이야기예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카오디오 인스톨러의 길로 직업을 바꾸던 그때. 프랑소와 핑턴 메이커의 동그란 안경을 시작으로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계속 동그란 안경만 고집했네요. 역시 나는 참 꾸준한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후훗, 그 시절에 꽤 겉멋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동그란 안경을 쓰면 왠지 예술가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ㅎㅎ 카오디오 장착. 나무를 썰고 가공하고 마감을 하고 소리를 낸다… 일만으로 볼 때 참 멋진 직업임에 틀림없어요. 언뜻 생각하기에 예술 작업 언저리에 속할 수 있으니 그런 호기도 있었겠죠. 쟁이와 예술가는 원래 한 끗 차이랍니다. 동그란 안경… 지금은 비슷한 모양이나 비슷한 느낌의 제품들을 이곳저곳에서 꽤 많이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만 예전엔 정말 흔하지 않은 아이템이었어요. 지금도 예전보다는 수월하다곤 하나… 제대로 된 수제 안경테들은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격도 만만한 게 아닙니다.
요거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안경테 중 유일한 사가와후지이 제품인데요 굉장히 볼드 한 느낌의 안경테입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사람이 좀 “이상해” 보일 정도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애용하고 있습니다. 너무 튀는 디자인이라 선글라스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왕 튀는 김에 미러 렌즈를 끼워서 더 튀게 만들었습니다. 포스가 뭐 … 정말 대단해요. 무엇보다 안경을 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할까요? 선글래스라 사람들의 이런저런 시선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또 재밌기도 하고요.
쟁이의 길을 놓은지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앞으로도 동그란 안경만 고집할 것 같네요. 동그란 안경은 클래식과 모던의 경계가 없는 최고의 밸런스입니다. 물론 나같이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드는 얼굴을 가진 사람에게나 어울린다는 제법 까다로운 전제가 있지만 말이죠.
제일 처음 구매해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프랑소아 핑턴, 올리버 피플, 사가와후지이, 카네마넨, 토니 스캇, 마틴 앤 마틴, 국내 브랜드나 엄청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삼도, 대중적인 젠틀몬스터까지… 모두 동그란 테만 구비하고 있는 나는 “왜 똑같은 안경만 사냐”라는 이야길 흔하게 듣죠. 하지만 모두 각각의 특성들이 있답니다.
안경이 많기도 해서 몇 해 동안 구매하지 않았었는데 조만간 또 목돈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오늘 포스팅에 나열된 사진들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사진… 지금 뽐뿌 지대로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관심이 간다면 여기를 클릭해서 한번 보세요.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안경. ‘아름다운’ 모든 것에는 철학이 있지요. 내가 요즘 많이 바쁩니다. 맨날 바쁘냐 뭐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괜한 소리 아니라 정말 바빠요. 대부분의 월급쟁이들 그렇지 않나요? 다음에 시간 되면 안경에 대한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 나눠요. 음악이든 안경이든 하나하나가 소중한게 뭐냐면 소소한 모든것에 나의 아련한 세월이 … 녹아있기 때문 아닐까요? 오랜만에 글쓰는데 센치해지네요 그럼 담에 또 봐요. -한우진-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잔잔한 글이네요. 어떤 존재는 그 자체보다 취급받는 주위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말이 공감되는 글입니다.
어떤 존재는 그 자체보다 취급받는 주위에 의해 만들어진다. 멋지네요 ^^
사가와 후지이 안경 갤러리가 없어졌던데 아직 국내에서 판매 하나보죠 정보 감사합니다~
넴 아직 있습니다. 본문에 보시면 링크 해놨어요 ~
멋지네요~
고맙습니다. ^^ ~